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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記憶)의배신(背信)

2021-06-10 오전 07:28:57

 

 

연영찬 기자

 

세상을 떠난 어머님, 어린 시절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 유난히 큰 눈을 가졌던 송아지……·

 

이처럼 사람들은 지나온 시간을 그리워하고 회상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흔히들 추억을 먹고 산다고 말한다.

 

추억(追憶)은 기억(記憶)에서 기원(起源)한다.

 

추억은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떠올리는 기억에 기초한 것이지만 먹먹하고 아련한 그리움을 동반한 것이어서 어떤 순간에 대한 단순한 기록인 기억과는 구별된다.

 

추억은 기억이라는 넓은 정원에 아름답게 피어난 꽃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또렷해진다.

 

하지만 단순히 기억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추억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때는 소중하지 않았던 하찮았던 기억이 시간이 지날수록 미련과 그리움이 가득한 추억으로 되살아 나 나의 감정을 지배한다.

 

이처럼 기억은 완전하지 않다.

 

어떤 똑같은 현상에 대한 기억도 보는 사람들의 주관적인 상상이 가미돼 일부 정보만 선택해 기억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관심사나 경험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억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기억은 오래된 과거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기억은 과거의 사실을 각자의 상상에 맞게 재단해 변화 시킨 허상이다.

 

, 기억은 정확한 사실만을 전달하는 기록이 아니다.

 

기억은 자신의 상상과 신념, 경험, 관심 등 주관적인 관점에 따라 변형된 모습으로 저장되고, 심지어 없던 일을 만들어내 사실인 것처럼 믿기도 하는 허위기억을 하는 등 기억은 완전하지 못하다.

자신의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되던 날의 충격으로 기억을 10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인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이름 레너드 쉘비(가이 피어스) 라는 것과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당했다는 것, 그리고 범인은 존 G 라는 것이 전부이다.

 

심리영화의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메멘토(Memento)의 줄거리다.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추격하는 레너드는 기억상실로 인해 중요한 단서까지도 쉽게 잊기 때문에 메모와 문신으로 잃어버린 기억을 대체하려 하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 스스로가 자신의 기억을 믿지 못한다.

 

기억 형성의 근간인 사람들의 왜곡된 말들이 그의 기억을 변조시켰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말들이 기억을 어떻게 왜곡하고 속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과연 나의 기억이 신뢰 할 수 있는것 인지 의문을 던져 준다.

 

여기서 레너드는 자신의 몸에 MEMORY IS TREACHERY ‘기억은 배반이다라는 글자를 새기고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해석이라며 기억은 색깔이나 모양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고말한다.

 

그렇다.

 

기억은 완전하지 않을뿐더러 상상력의 싹과 구성이 함께 어우러지면 허위기억, 아니 진짜 기억으로 자리 잡아간다.

 

사람들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

 

지금 내가 기억하는 추억은 정말 내가 지나온 시간일까?

 

아니면 나의 아련한 그리움에 기초한 상상에 불과한 것인가?

 

어쨌든 우리가 존재하는 한 기억하고 추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그 불완전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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