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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연영찬기자

2020-06-23 오전 00:55:18

 

 

명색은 대통령의 연설이지만 민족앞에 지닌 책무와 의지, 현 사태수습의 방향과 대책이란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고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 것이 있다면 주인구실은 하지 못하고 상전의 눈치나 보며 국제사회에 구걸질 하러 다닌 것이 전부인데 그것을 끊임없는 노력, 소통의 끈으로 포장 하는 것은 여우도 낯을 붉힐 비렬하고 간특한 발상이다.

 

북남 합의가 한걸음도 이행의 빛을 보지 못한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다.

 

북남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 이라는 것을 덥석 받아물고 사사건건 북남관계의 모든 문제를 백악관에 섬겨 바쳐온 것이 오늘의 참혹한 후과로 되돌아왔다.

 

전쟁놀이를 하라고 하면 전쟁놀이를 하고 첨단무기를 사가라고 하면 허둥지둥 천문학적 혈세를 섬겨 바칠 때 저들의 미련한 행동이 북남 합의에 대한 난란폭한 위반으로 이어진다는것을 모를리 없었을 것이다.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미련한 주문을 한두 번도 아니고 연설 때 마다 꼭꼭 제정신 없이 외워대고 있는 것을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정신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항상 연단이나 촬영기,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마치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 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니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다.

 

북한 노동당 김여정 제1부부장은 조롱에 가까운 비난을 담화로 발표했다.

 

아무리 신뢰가 무너졌다 해도 이정도의 담화는 부끄러움 그 자체이다.

 

이런 치욕적인 비난을 받은 남한은 어떠한가?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 파탄낸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지난 2018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 체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과 모든 합의 철저 이행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지역 설치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 이산가족·친척상봉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약속했었다.

 

또한 9·19 군사분야 남북합의서에는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 중지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들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 강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내 남북공동유해발굴 서해 해상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남북군사당국자사이에 직통전화 설치 및 운영 등을 담았다.

 

하지만 남한은 북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1911일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조건 없는 재개를 제안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받지 못했다.

 

남측에 격앙된 비난을 퍼부은 북측보다 더 큰 부끄러움을 느껴야하는 대목이다.

 

왜 일까?

 

남북관계가 왜 이렇게 파탄이 났을까?

 

지난 2018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분야 남북합의서 체결 이후 남북 대화가 급진전 하자 미국이 등장한다.

 

·미는 201811월 남북협력과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통과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미워킹그룹(한미실무자그릅)을 만든다.

 

북한 비핵화와 대북 제재, 남북교류 협력사업 등을 한미 실무자들이 수시로 조율하자는 취지에서 설치됐지만 결과적으로 주로 대북 제재 이행에 초점이 맞춰졌다.

 

민족 자주의 원칙,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과 모든 합의 철저 이행, 군사연습 중지,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삐라살포 금지,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운영 재개 등 남북이 합의하고 추진하던 정책들은 한미워킹그룹의 벽에 부딪쳐 한걸음도 나가지 못한다.

 

워킹그룹은 인도적 차원에서 '타미플루'를 북한에 보내는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운반하는 트럭이 제재에 저촉된다는 보수적 결론이 내리는 등 대북 인도적 지원과 교류 사업들조차 가로막고 나서는 등 실질적으로 남과 북의 관계개선을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섰다.

 

문재인대통령이 추진했던 금강산 개별관광에 대해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 ‘문 대통령의 지속적인 낙관론은 고무적이며 그의 낙관주의는 희망을 만들어내고 이는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그 낙관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있어서는 미국과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며 남북이 추진하는 사업은 반드시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요지의 말로 분노를 사기도 했다.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회복을 막아서자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의 족쇄가 됐다고 비판했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대북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한 원인으로 한미워킹그룹의 장벽을 넘지 못해 좌절감을 느낀 듯하다고도 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막아서고 있는 미국, 그 중심에 있는 한미워킹그룹을 급기야 신 조선총독부라고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남북간 대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을 가로막는 미국은 북과 남이 느끼는 부끄러움보다 비할 수 없이 큰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부끄러움은 도덕성의 다른 이름이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절망은 그곳에 있다.

 

부끄러운 감정에서 도덕적 자기의식의 단초가 생겨난다.

 

부끄러움은 마치 시심(詩心)처럼 간사함이 없는 마음으로 도덕적 감수성의 기초를 이룬다.

 

부끄러움은 우리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스스로 깨닫고 그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시작점이다.

 

상대를 살피고 배려하고 올바른 사회적 관계에 대한 자각이 없다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다

 

부끄러움이 남들의 시선에 노출된 나의 모습을 보는 나의 감정, 타인의 시선 앞에서 개인이 갖게 되는 주관적 심리상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부끄러움은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잘못이며 어떤 피해를 줬는지 즉, 옳음과 그름을 넘어 선과 악의 기준을 판단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정서다.

 

막대한 자본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

 

세계 평화의 옳음이었는지 아니면 패권만 사수하려는 그름이었는지.

그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사랑의 감정을 북돋아 주어야 부끄러운 감정을 회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녹아 있는 윤동주의 서시가 맴도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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